이야기 1. 미국인 관광객과 멕시코의 어부
한 미국인 관광객이 멕시코의 작은 어촌에 도착했다. 그는 마을의 어부가 잡은 크고 싱싱한 물고기를 보고 감탄했다. 그는 그걸 잡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냐고 물었다. 어부는 시간과 노력이 별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미국인 관광객은 어부에게 말했다.
“당신은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데, 왜 그러지 않습니까?”
“나는 몇 마리의 물고기면 충분해요. 이 걸로 나와 우리 가족은 충분히 생활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도 있는데, 어부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 남는 시간에 당신은 뭘 합니까?”
“늦잠 자고, 낚시질하고, 애들이랑 놀다가 마누라하고 놀고, 또 낮잠자고. 밤에는 친구들과 술도 한잔합니다. 기타치고 노래 부르면서요.”
미국인은 어부에게 자신을 하버드 MBA라고 말하고, 더 많은 시간을 노력해서 낚시를 하라고 충고했다. 더 많은 물고기를 잡으면, 더 많은 수입이 생기고, 그렇게 돈을 모으면, 큰 배도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해서 나중에는 수산회사도 세우고, 이 조그만 마을을 벗어나 멕시코시티나 뉴욕으로 이사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의 말을 듣고 있던 어부가 말했다.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걸리죠?”
“한 20년이나 25년 정도요.”
“그 다음에는요?”
“당신 사업이 번창해지면, 당신은 주식을 팔아서 백만장자가 되는 겁니다.”
“백만장자요. 그 다음에는요?”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은퇴하여 바닷가가 있는 작은 마을에서 살면서, 늦잠 자고, 아이들이랑 놀고, 낚시질도 하고, 그리고 저녁에는 친구들이랑 술도 마시면서 노는 거죠!”
최근 베스트 셀러에 올라있는 ‘2010 대한민국 트렌드’의 한 부분인 <느린 삶이 더 좋은 다운시프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야기다. 굳이 다운시프트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야기 1은 앞만 보며 숨가쁘게 달리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그런 동시에 게으르고 편하게 노력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좋은 또 하나의 이야기 거리가 되어준다.
우리는 때때로 인생을 허무하게 생각하며 감상에 빠진다. 하지만, 감상에 빠지는 건 좋지 않다. 특히, 현실 도피의 허무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나에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목적지를 향하여 무조건 달려가는 것 또한 옳지 않다. 그래서 가끔씩은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자신의 목표에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가령, 자신의 목표가 어떤 전문직 자격증을 따는 것이라면 가끔 한번씩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왜 그 전문직 자격증을 따려고 하는가? 만약, 이 질문에 답을 했다면, 그 답에도 <왜>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붙여라. 이렇게 연속으로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을 <5why>라고 한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왜>라는 질문을 반복해야 하는데, 너무 추상적이고 거창하게 생각하다 보면,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다. <왜>라는 질문을 잘못사용하면,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집착하게 되어 종교적인 결론에만 빠진다. 물론, 종교적인 결론을 얻는 것도 좋지만, 종교만이 남고 현실이 없어져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이야기 1과 비슷한 상황을 너무나 많이 보고 있다. 남부럽지 않게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엄마, 아빠가 모두 밤 늦게까지 일하느라, 정작 아이들은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방치되고 탈선한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은 유학 보내고 아빠는 기러기 아빠가 되었지만, 가족의 행복과 유대는 없어지고 아빠는 불쌍한 생활을 하고 자녀는 마약에 노출된다. 돈만이 자신의 행복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으며 돈을 위해서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영영 찾지 못하는 사람들. 이런 모습이 나와는 결코 상관없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한번쯤은 멈춰서 주위를 보자. 내가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지. 얼만큼 왔는지. 혹시 이제는 더 이상 가고 싶은 곳이 아닌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남의 눈치 보며, 내가 가고 싶지도 않은 곳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혹시 나는 지금 행복을 위해서 행복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은 잠시 감상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