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중심은 마음에 있다

My zone/My Story 2009. 1. 7. 16:58

카페를 나와 나란히 걸었다. 앞만 보고 걸었지만 그의 귀가 내 귓바퀴 어디쯤에 머무느 걸 느꼈다. 내 키가 164cm, 구두굽이 3cm 그러면 그의 키는 168cm를 넘지 못할 것이다

스물네 살, 나는 영원한 동반자를 찾기 위해 출퇴근 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만원 버스에서 뭇 남성들과의 키 재기를 멈추지 않았고, 앉을 자리가 많은 지하철에서도 첫 량부터 마지막 량까지 활보하며 작을 찾으러 다녔다.
나의 그러한 행동 뒤에는 나이 지긋한 과장님의 충고가 있었다.
"궁합 좋은건 키 보면 알아. 이마가 상대편 턱에 닿으면 천생연분이야"
서점이나 극장에서도 열심히 키 재기를 했고, "아무남자"를 떠올릴만한 성탄 전야에도 내 이마와 딱 맞닿을 턱을 위해 기특하게 버텨냈다.

3만원씩 주고 점을 스무개 넘게 뺀 친구도, 쌍커플을 한 친구도 내 고민을 수다에 끼워주지 않는다. 서른한 살 싱글인 나에게 그녀들은 둘째를 가질 거라고 스스럼없이 자랑할 뿐이다.

오늘 소개 받은 서른일곱은 남자가 묻는다.
"꿈이 머예요?"
'굼이 뭐였어요?'도 아닌 '꿈이 뭐예요?'라니...,
나에게 꿈은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이다.. 남자가 묻는다.
"꿈이 없다니요?"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을 만난 듯했다

서른 한살의 여자가 잊고 있던 꿈을 물을 수 있는 남자,
가슴이 벅 찼다. 먼곳을 향하던 눈을 그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3cm굽 구두를 벗었다
내 마음의 이마가 그의 턱에 꼭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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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면 읽은 "좋은 생각" 중에서
이 말이 마음에 콕 와닿았다..
"내 마음의 이마가 그의 턱에 꼭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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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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